이 카테고리는 30대 초반에 간암 진단을 받은 90년생 남자의 좌충우돌 극복기입니다. 몰론, 투병기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서두에 밝혀두자면, 저는 다른 암환우분들께는 죄송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크게 아프지도 않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모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현재로선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다른 간암과 같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
다만 희귀한 케이스라 혹시 재발하게 되면 임상이 없어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혹시 나와 비슷한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또는 이른 나이에 간에 혹이 있다고 겁부터 먹게 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시기 순으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피부에 발생하는 육종이 간에?
내 진단명은 질병 분류 기호상으로는 "상세불명의 간의 악성 신생물(C229)"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분류기호는 초기 간암일 때 내려지는 진단명이며, 진단서상에는 이렇게만 쓰여 있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지를 살펴보면 영어로 "Malignant Epithelioid Angiomyolipoma"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국어로 풀어보면 "악성 혈관 근지종"입니다.
'침묵의 암살자' 간암
간암은 말기암까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증상을 느낀 후 병원에 가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30대 암환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조기에 발견하게 되어 오히려 다행인 셈입니다. 경험자 입장에서 조언을 하자면, 간은 건강검진 시 상복부 초음파를 통해 혹, 결절 등이 있는지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본인이 평소 술을 즐겨하고, 건강검진 시 지방간 소견이 있었다면 꼭 초음파를 통해 조기에 예방하도록 합시다.
평소와 같았던 건강검진
저는 회사에서 의무로 해야 하는 건강검진을 연말로 매년 미뤄왔습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우연히 시간이 되어 건강검진을 9월에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가 복선이었을까?) 매년 건강검진을 했지만, 항상 비슷한 결과였습니다. 그 결과에 따른 비슷한 다이어트 각오, 비슷한 다이어트 실패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에 2020년 초 결혼도 하고, 2020년 11월 쌍둥이도 낳고 출근과 육아로 힘들지만 알콩달콩 잘 살고 있었습니다.
내 간에 7cm 혹이?
2021년 9월 건강검진도 여느 다른 건강검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처음 살았던 집에서 가까워서 매년 갔던 강남 하트스캔 의원에서 지금 사는 집과 가까운 종로 하나로 의료재단으로 검진기관을 바꿨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토요일 오전 일찍 사람 없는 시간에 건강검진을 와서, 상복부 초음파를 보던 중 의사 선생님께서 대뜸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간에 혹 있는 거 알고 계시죠~?"
"네? 처음 듣는데요...?"
"크기가 상당한데 모르셨어요? 5cm는 넘어 보이는데.. 큰 병원 가서 꼭 CT 찍어보세요!"
당일에 바로 강북삼성병원 외래진료
평생을 병원 한번 안 다녀보고 살아온 저로선 '별거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예방을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니 토요일 당일에 바로 진료 가능한 가까운 대형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던 것이, 당일에 바로 강북삼성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병원을 당일에 전화해서 당일에 진료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생전 처음 CT촬영 예약
몰론, 당일에 병원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CT촬영 예약 날짜를 잡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때는 병원을 다녀본 경험이 없으니 CT 찍는 데에 기본 2-3주는 예약이 밀려있고 길면 1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이때까진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몰랐고, '설마 암은 아니겠지.'라는 마음에 블로그,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다음 편 : [2편] 간 CT촬영 편 - 강북삼성병원(촬영 방법, 비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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